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게임에 대한 설렘이나 즐거움이 사라지고
의무나 숙제 비슷한 감정으로
해왔다는 사실에 백작은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게임은 그저
가볍게 다가와서 큰 감동을 주고
어느 순간 짜릿함을 선사하고
'한번 가 볼까?'하는 의욕을 심어주었고
전원을 끌 때까지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렸던
부담없는 취미였다.
(물론 금전 부담은 있었겠지만)
어느 야구 선수의 멘트였던가,
자신은 슬럼프가 왔을때
컨디션을 아예 제로수준으로 내리고
다시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고.
백작도 그런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드래곤 퀘스트 11의 시나리오는
이미 진행이 완료되어 엔딩을 봤고,
일정 조건을 유저가 클리어하면 수여되는
트로피 공략을 단 3개만 남겨둔 상태.
그는 11월 초 게임 플레이를 중단했다.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모른채 일단 그렇게 중단.
처음 2~3일은 남은 미션이 떠올라
핸드폰이 없을 때 마냥 약간 불안했던 백작.
그러다 생활을 위해 해두어야 할
다른 일들이 그에게 다가왔고
그것들을 붙잡고 처리하다보니
드래곤 퀘스트의 부담감은
머릿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이래서 이성과 헤어지면 일에 몰두하나 싶다.)
어느날 백작은 베프를 만났다.
그는 평소 틈만 나면 백작에게
드래곤 퀘스트를 빌려달라 조르곤 했다.
어김없이 그날도 베프는 물었다.
"드래곤퀘스트 다 깼냐?"
"다 깨긴 했는데 아직 트로피 클리어가 안됐어."
"몇 개나 남았는데?"
"세 개."
"그거 후딱 깨고 나 빌려줘."
"아 요즘 게임이 손에 안잡혀~"
"……네가???"
백작은 베프에게 그간의 장고를 설명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베프는
의외로 간단한 힌트를 내놓았다.
"너 시나리오 즐기고 싶어서 드래곤 퀘스트 산 거였잖아?
근데 왜 갑자기 생뚱맞게 플래티넘을 따려고 용쓰냐"
백작은 아차싶었다.
그는 어느 사이엔가 엔딩을 본 후
그 여운을 놓치기 싫어서였는지
좋아하지 않는 요소까지 손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게임이 그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100% 한가득 채워져 있겠는가.
백작은 생각했다.
'나름의 정리만 하면 되겠구나.'
굳이 밀린 신문들을 꼭 모두 읽어야 할 필요는 없잖은가.
백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핸드폰 화면에 공략을 띄우고
패드를 다시 잡았다.
(백작은 한글버전 게임을 할 때 공략을 보지 않는 편이다)
로토제타시아1를 여행하며
세계를 구하려는 용사 백작이 아닌,
후딱 플래티넘 트로피2를 획득하고
베프에게 빌려줘야 하는 백작으로서.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또 다른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했고
남은 트로피 공략 3개를 단숨에 클리어했다.
게임 내에는 여러 즐길 요소들이 있게 마련이다.
유저는 그 중 입맛에 맞는걸 골라 즐기면 된다.
굳이 모든 요소를 찾아내 100% 달성해야
게임을 구입한 가치가 있다는 건 편견 아닐까.
또 모든 요소를 굳이 해내야 한다면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야는
잠시 접는 스스로와의 타협도 좋지 않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꽤나 유용한 삶의 태도일 수 있겠다
라고 곱씹어본 김백작이었다.
물론 백작에게 언제 또 다시
이런 위기가 찾아올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는 이젠 그 상황이 올 즈음에
게임과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를 알았기에,
가볍게 다음 게임 패키지의 포장을 뜯을 수 있었다.
백작의 게임 라이프 관련 글
2019/03/02 - [Entertainments/Games] - 김백작, 게임라이프에 위기가 찾아오다. (1/2)
2019/03/02 - [아무거나 한줄평] - 드래곤 퀘스트 11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한국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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